페이지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삼성전자, PLM 자체 개발

오늘 전사신문 인테넷판을 보니 삼성전자가 외산 솔루션 도입을 도입하여 총 600억원 규모로 개발하려던 전사 차세대 제품수명주기관리(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자체 개발로 전격 선회하였다고 한다. 자체 개발 방법으로는 삼성SDS와 공동 개발하고 개발 인력은 200여명, 개발 기간은 약 3년간 3단계로 나뉘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발 언어는 Java를 이용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 방침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보니 상용 PLM 솔루션으로는 신제품 사양이 결정되기 전인 기획 단계 및 시뮬레이션 단계를 효율적인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단한 뉴스이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삼성전자는 제조업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산업, 그 중에서도 PLM 분야에서 새로운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는 일반 전자회사와는 달리 뚜렷한 색깔이 없는 회사이다. 예를 들어, Intel하면 반도체, Sony하면 가전제품과 게임기, Nokia하면 휴대폰, HP하면 Computer와 Printer 등등 각 회사를 대표하는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Samsung하고 물으면 어떤 사람은 반도체, 어떤 사람은 휴대폰, 어떤 사람은 Digital TV 등등 삼성에 대한 통일된 이미지가 없다. 기업 브랜드 강화 측면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런 다양한 사업군을 가졌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런 불황기에도 견고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PLM 이야기를 하다가 사업군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인가?

PLM이라는 것이 한 제품의 탄생과 퇴출까지를 관리하는 어마어마한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탄생을 위한 사전 작업에 관련된 정보, 제품 기획 및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개발에 관련된 모든 활동과 개발 이후의 사후 활동까지 관리를 총 망라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PLM을 구축하는데 최소 1년이 소요되는데,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그렇게 다양한 제품군을 소화하는 PLM을 3년동안 자체 구축하겠다고 하는 것이니 이 어찌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니겠는가?

부디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가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원하면서 Software Engineering입장에서 바라볼 때 어떠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1. 개발 범위와 개발 기간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Major 사업군만 보더라도 반도체, 휴대폰, Digital TV, 그리고 가전과 최소 4개의 사업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사 차세대 제품수명주기관리라는 사업 명칭으로만 보더라도 이 사업은 전 사업군에서 생상되는 모든 제품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하고 차세대라는 점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상용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용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사의 전 제품을 커버할 수 있는 Lifecycle Management의 Core인 PLM Engine과 이 PLM Engine을 기반한 제품별로 Application을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설계하고 구현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시스템운영과 유지보수 경험이 도움이 되겠지만 PLM Engine의 경우 최소한 3년이상을 투자하고 개발하여야만 제품화할 정도의 성능과 기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면 이 PLM Engine과 Engine을 기반으로한 사업 부분별 Application을 3년내에 개발한다는 것은 굉장히 공격적인 목표가 아닌가 생각된다.

2. 요구 사항 규모
요구 사항 도출 측면에서는 내부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생략하고, 요구 사항 규모를 한번 예상 해 보자.
한국경제 8월 29일자 인터넷판을 보면 삼성전자의 전체 임직원 수가 16만4600명이고 이 가운데 외국인 인력은 8만136명라고 한다. 그러면, 국내 인력은 역시 8만여명이 된다. 이 중 1%인 800명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PLM Wiki에 소개된 4단계, Conceive, Design, Realize, 그리고, Service로 Lifecycle을 관리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800명이 각 단계별로 중복되지 않는 요구 사항을 10개씩만 제출하였하면 요구 사항만 32,000개가 된다. 말이 요구 사항이 32,000개이지 이 요구 사항을 1줄로 요약해서 적는다하더라도 요구 사항만 A4용지로 1,000 페이지 가량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750 페이지 분량의 Harry Potter를 쉬지 않고 읽더라도 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재미없고 딱딱한 1,000 페이지 분량의 요구 사항을 읽는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인내의 시간를 요구 할 것이다. 실제로 이 요구 사항을 시스템화 될 경우에는 이 것의 2배정도의 디자인과 구현에 관련된 요구 사항이 도출될 것이지만 일부만 문서화되고 관리되어 질 것이다.
따라서 이 방대하고 복잡할 시스템 요구 사항을 잘 관리하여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요구 사항 관리와 더불어 탁월한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3. 개발 인력
전사 차세대 제품수명주기관리 구축을 위해 200여명을 3년간 투입한다고 한다. 200명이라고 하면 왠만한 중소기업의 총임직원 수준이다. 그런데 이 만큼의 인원으로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까?
일단 200명 중 개발 관리 및 시스템 디자인 인력, 테스트 인력, 그리고, PLM 공통 부분 개발 인력을 각각 10%로 선배정하면 남는 인원은 140명. 이 140명을 4개 Major 제품별로 배정하면 1개 제품에 35명이 배정된다. Major 제품군 내에 세부 제품까지 고려하다보면 이 35명도 그리 많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4. 개발 비용
전사 차세대 제품수명주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600억을 책정한 것 같다. Customization 비용까지 포함된 것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엄청난 비용임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자체 개발로 전환할 경우에는 이 보다 더 싸게 개발할 수 있을까?
신문에 난 기사만으로 보더라도 아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명을 3년동안 투입한다고 하였으니 총 600명이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투입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 정규직 1인을 1년 고용하는데 직간접 비용 포함하여 평균 1억이 든다고 하니 3년동안 600명을 투입하니 기본적으로 600억이 들어가는 셈이다. 순수하게 인건비만 600억이 투자되는 것이다. Hardware 구입 비용과 간접 비용 등을 고려하면 아마 최소 800억은 들어가지 않을까 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3년내에 자체 개발 완료(?)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마 겉으로 발표 못하는 내부적인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기왕 자체 개발이라는 어마어마한 도전을 하는 이상 성공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1. 충분한 요구 사항 수집과 관리
2. 실천 가능한 개발 프로세스 수립 및 준수
3.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와 일정
4. 예측 가능한 위험 관리
등과 같은 측면에서 충분한 논의와 통일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ROI (Return On Investment)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에 투자한 과정에서 얻은 Know-How를 이용하여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 것인지와 개발된 PLM 시스템의 상용화 방안을 고려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전사 차세대 제품수명주기관리 구축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 삼성전자 역시 올해 도입을 검토한 Siemens와 같이 PLM Solution을 판매하는 Software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무한 도전, 전사 차세대 제품수명주기관리 구축 프로젝트의 건투를 기원하며

댓글 없음: